우리 집 무화과 수확 이야기, 새들과의 눈치게임부터 무화과 말랭이까지

정원에서 과일나무를 키우는 즐거움은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직접 수확한 열매를 식탁에 올리고, 남은 열매로 잼이나 말랭이를 만드는 과정까지 이어지면 한 그루의 나무가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큽니다. 우리 집 정원에서 요즘 가장 바쁜 나무는 바로 무화과나무입니다. 올해는 8월부터 열매가 제법 많이 익기 시작하면서 아침마다 무화과를 수확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매일 아침 시작되는 새들과의 무화과 눈치게임

요즘 남편의 아침 일과 중 하나는 무화과나무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무화과는 조금만 더 익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만 더 두자’ 하고 기다리면 이상하게도 그 틈을 새들이 먼저 알아챕니다. 다음 날 아침 나가보면 잘 익은 무화과에 어김없이 새가 쪼아 먹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정원에는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니 새들에게도 두세 개 정도는 기꺼이 양보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한두 개를 깨끗하게 먹는 것이 아니라 여기 한 입, 저기 한 입씩 쪼아 놓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그렇게 상한 열매가 6~7개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공생도 좋지만 조금 얄밉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새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완전히 익기 직전의 무화과를 조금 서둘러 따기도 합니다.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 우리집 무화과

올해 무화과가 유난히 일찍 풍성해진 이유

우리 집에서는 그동안 무화과나무를 비교적 강하게 전정해 왔습니다. 이른 봄이 되기 전에 가지를 많이 잘라주었고, 이후 새가지가 자라 그곳에서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매년 새로운 가지가 충분히 자라고 열매가 익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수확은 추석이 지나서야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습니다. 사실 특별한 재배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충 정리하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올해는 8월부터 무화과가 왕성하게 익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수확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무화과는 전정을 적게 해야 일찍 열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화과의 결실은 품종과 기후, 겨울철 가지 상태, 전정 방법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 집 무화과의 경우 매년 강하게 잘라 냈을 때와 올해처럼 가지를 많이 남겼을 때 수확 시기에 꽤 큰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은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 바구니 수확한 무화과

무화과 전정, 무조건 많이 자르는 것이 답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무화과 전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화과는 새로 자란 가지에서도 열매를 맺지만, 전정을 지나치게 강하게 하면 나무가 새로운 가지와 잎을 만드는 데 많은 힘을 쓰게 됩니다. 따라서 가정 정원에서는 매년 습관적으로 강전정을 하기보다는 나무의 크기와 가지 상태, 지난해 결실 위치를 살펴가며 필요한 가지를 정리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합니다. 특히 병든 가지, 안쪽으로 향하는 가지, 서로 겹치는 가지 등을 우선 정리하고 나무 전체에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원활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집도 내년에는 무조건 짧게 자르기 보다는 올해 결실 상태를 기록해 두었다가 가지 별로 살펴보며 전정해 볼 생각입니다. 가드닝은 이렇게 해마다 결과를 비교해 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우리 집 정원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수확한 무화과로 가장 먼저 만드는 무화과잼

무화과가 한꺼번에 많이 익으면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화과잼입니다. 잘 씻은 무화과를 적당히 잘라 냄비에 넣고 설탕과 함께 천천히 끓여 원하는 농도로 졸이면 됩니다. 여기에 레몬즙을 약간 넣으면 단맛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산뜻한 맛을 더할 수 있습니다. 무화과잼은 워낙 잘 알려진 방법이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원에서 아침에 따온 무화과로 바로 잼을 만들 때의 기분은 시판 무화과로 만드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빵이나 요거트와 함께 먹기 좋고, 한꺼번에 많은 무화과를 수확했을 때 활용하기에도 좋은 방법입니다.

완성된 무화과잼

아이스크림처럼 하나씩 꺼내 먹는 ‘아이스 무화과’

올해 특히 마음에 든 방법은 아이스무화과입니다. 무화과를 반으로 자른 뒤 컵이나 작은 용기를 이용해 살짝 눌러 납작하게 모양을 잡습니다. 그대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먹으면 시원하고 달콤해 여름철 간식으로 좋습니다. 여기서 우리 집만의 작은 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냉동하기 전에 건조기에서 약 2시간 정도 살짝 말리는 것입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할 정도로 말리는 것이 아니라 겉면의 수분이 조금 줄어들 정도로만 건조합니다. 이렇게 한 뒤 얼리면 그냥 냉동했을 때보다 식감이 훨씬 쫀득해집니다. 냉동실에서 하나씩 꺼내 먹으면 차갑고 달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어 마치 천연 과일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너무 많이 익었거나 한꺼번에 수확한 무화과를 보관하고 활용하는 방법으로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건조기에 말릴 때 한가지 팁은, 과육 부분을 아래로 해서 채반에 말리면 씨앗과 과육이 달라붙어 꺼낼 때 좀 곤란합니다. 열풍이 순환 하면서 건조하기 때문에 과육부분을 위로 하고 말리는게 더 좋습니다.

무화과 건조하기

오래 두고 먹기 좋은 무화과 말랭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화과 말랭이입니다. 무화과를 크기에 따라 4등분 또는 6등분한 뒤 식품건조기에 넣어 말립니다. 무화과는 수분이 많은 과일이라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건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비슷한 크기로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말리는 시간은 무화과의 크기와 수분 함량, 건조기의 성능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시간을 정해두기보다는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히 딱딱하게 말리기보다는 속에 약간의 부드러움이 남아 있을 정도로 건조하면 무화과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수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말랭이는 장기간 실온에 두기보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린 무화과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가 만들어준 여름의 즐거움

올해 우리 집 무화과는 예상 밖의 풍년입니다. 전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8월부터 열매가 왕성하게 익기 시작했고, 덕분에 매일 조금씩 수확하는 재미를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새들과 벌이는 아침 눈치게임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조금 더 익혀 따고 싶은 마음과 내일까지 기다렸다가는 새들에게 먼저 빼앗길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 오늘도 무화과를 들여다봅니다.

직접 키운 무화과를 따서 바로 먹고, 남은 것은 잼으로 만들고, 건조기에 말리고, 아이스무화과로 얼려두는 과정까지 모두 정원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가드닝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올해 무화과처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오히려 새로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그래서 내년 무화과 전정은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올해 어떤 가지에서 열매가 많이 달렸는지 잘 살펴보고 기록해 두었다가 무조건 강하게 자르기보다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 맞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정답을 외우는 것보다 내 정원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초보 가드너에게 가장 좋은 공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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