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현관의 시그니처, 아메리칸블루 키우기와 겨울나기

전원주택으로 이사 온 첫해, 친구가 보라색 꽃이 가득 핀 화분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꽃이라 이름을 찾아보니 ‘아메리칸블루’였습니다. 7월에 우리 집에 온 작은 화분은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꽃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꽃을 피웠고, 가지도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수형이 예쁘게 잡혔습니다. 현관 앞에 놓아두니 집에 오는 사람마다 무슨 꽃이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쏙 들었던 첫 번째 아메리칸블루는 아쉽게도 겨울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추위에 얼마나 약한 식물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아메리칸블루는 어떤 꽃일까요?

아메리칸블루는 메꽃과에 속하는 에볼불루스(Evolvulus) 종류로, 작은 청색에서 청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이름에는 ‘아메리칸’이 들어가지만 열대·아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봄에 모종을 구입해 화분이나 화단에서 키웁니다. 잎이 촘촘하게 자라고 가지가 옆으로 자연스럽게 퍼지기 때문에 화분에 심어두면 둥글고 풍성한 모양을 만들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햇빛이 충분하면 작은 파란 꽃을 계속해서 피워내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햇빛을 좋아하는 아메리칸블루

아메리칸블루의 화사한 꽃

몇 년 동안 아메리칸블루를 키워보면서 느낀 것은 햇빛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아메리칸블루는 밝은 곳을 좋아하고 햇빛을 충분히 받을수록 꽃도 풍성하게 피는 편입니다. 햇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가지가 길게 늘어지고 꽃의 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외에서 키운다면 하루 중 햇빛이 충분히 드는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한여름 화분은 흙이 빠르게 마를 수 있으므로 강한 햇빛 자체보다 화분의 수분 상태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면 과습으로 인한 문제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주기는 흙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아메리칸블루는 성장기에는 물을 필요로 하지만 화분에 항상 물이 고여 있는 환경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물을 주기보다는 화분 흙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이 안전합니다. 겉흙이 마른 것을 확인한 뒤 화분 아래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충분히 주고, 받침에 고인 물은 그대로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화분의 크기와 햇빛의 양에 따라 흙이 매우 빨리 마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온이 낮아지면 물 소비량이 줄기 때문에 여름과 같은 주기로 물을 주면 과습이 생길 수 있습니다.

풍성한 수형을 만들려면 가지를 다듬어줍니다

화분에 심은 아메리칸블루

아메리칸블루를 현관 화분으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형입니다. 건강하게 자라기 시작하면 가지가 사방으로 뻗으면서 자연스럽게 풍성해집니다. 하지만 가지 몇 개만 지나치게 길게 자라면 전체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길게 자란 가지의 끝을 적당히 잘라주면 곁가지가 발달하면서 한층 촘촘한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꽃이 달린 가지를 자르는 것이 아깝게 느껴지지만 성장기에는 적절한 순지르기와 가지 정리가 오히려 풍성한 수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겨울나기입니다

제가 아메리칸블루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실패한 부분도 겨울나기였습니다. 여름 동안 왕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추위에도 제법 강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온에 민감한 식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야외에서 그대로 겨울을 보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늦가을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실내의 밝은 곳으로 옮겨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겨울에는 성장이 느려지므로 물도 성장기보다 줄여야 합니다. 실내라고 해도 현관문 가까이처럼 찬바람이 직접 들어오는 곳이나 밤사이 온도가 크게 떨어지는 장소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봄이라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

겨울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가 경험한 또 하나의 복병은 3월의 꽃샘추위였습니다. 봄이 왔다고 생각하고 새 모종을 일찍 구입해 화분에 심었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몇 개를 잃은 적도 있습니다. 막 심은 모종은 아직 뿌리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이므로 갑작스러운 저온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달력상의 봄보다는 실제 최저기온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뜻한 날에는 밖에서 햇빛을 보여주더라도 밤 기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 실내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주는 방법이 안전합니다.

해마다 다시 심게 되는 우리 집 아메리칸블루

계단 위에서 반겨주는 아메리칸블루

첫 번째 아메리칸블루를 겨울에 잃은 뒤부터 저는 해마다 봄이면 새로운 모종을 구입해 화분에 심고 있습니다. 몇 번이나 추위 때문에 실패했으니 다른 꽃을 선택할 법도 하지만 봄이 오면 다시 아메리칸블루를 찾게 됩니다. 작은 모종 몇 개가 자라면서 화분을 가득 채우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파란빛 꽃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모습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메리칸블루 화분은 우리 집 현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잘 키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늦가을에는 조금 일찍 월동 준비를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봄마다 새 모종을 사는 대신, 한 해 동안 예쁘게 키운 아메리칸블루와 다음 봄을 함께 맞이하는 것이 작은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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