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수국은 왜 꽃이 피지 않을까? 초보 가드너의 수국 실패 이야기

해마다 초여름이 되면 보라색과 핑크색의 탐스러운 꽃송이를 자랑하는 수국에 눈길이 갑니다. 정원 한쪽을 수국으로 가득 화사하게 채우는 것은 초보 가드너라면 한 번쯤 꿈꾸는 풍경일 것입니다. 저도 정원 가득 색깔별로 피어난 탐스러운 수국을 상상하며 여러 종류를 심고 나름대로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집 수국은 꽃보다 잎을 훨씬 잘 키웁니다. 꽃은 보이지 않고 깻잎처럼 커다란 잎만 무성한 이른바 ‘깻잎 수국’으로 계절을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수국과 제가 맞지 않는 것일까요. 그동안 우리 집을 거쳐 간 수국들의 실패 역사를 하나씩 돌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수국, 목수국 라임라이트

작약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라임라이트

처음 심었던 수국은 목수국 라임라이트 4그루였습니다. 평소 흰색 꽃을 좋아해서 라임라이트 특유의 밝고 풍성한 꽃을 기대하며 선택했습니다. 꽃이 전혀 피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풍성하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습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수국 종류에 따라 전정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라임라이트와 같은 목수국은 그해 새로 자란 가지에서 꽃이 피는 계열입니다. 따라서 큰잎수국에 비하면 전정 시기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건강한 새가지를 충분히 키워야 좋은 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전정뿐 아니라 햇빛과 수분, 토양 상태 등 전체적인 생육 환경을 함께 살펴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년째 꽃이 없는 캔디박스 수국

대문 앞에서 풍성하게 자라주길 기대했던 캔디박스 수국

다음으로 선택한 것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꽃과 자태에 반해 구입한 캔디박스 수국입니다. 보라색 두 그루와 핑크색 두 그루를 꽃이 활짝 핀 상태로 들였습니다. 첫해에는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할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해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봄이면 새잎이 돋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지는데 정작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벌써 3년째입니다.
수국은 종류와 품종에 따라 전년도 가지에 만들어진 꽃눈에서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수국은 전정 시기를 잘못 잡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음 해 피어날 꽃눈까지 잘라낼 수 있습니다. 겨울 동안 꽃눈이 추위에 손상되는 경우도 있고, 비료의 질소 성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꽃보다 잎과 줄기의 생장이 왕성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부분을 고려한다고 하면서 키워왔는데 무정하게 올 해에도 그 사랑스런 꽃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여름을 힘겹게 보낸 마크로필라 수국

마크로필라 수국

세 번째는 앞집 어르신께 선물받은 마크로필라 수국 7그루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정원에 심었으니 올해는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꽃보다 여름나기가 문제였습니다. 잎에 갈색과 검은색의 반점이 생기고 일부 잎은 가장자리가 마르면서 상태가 좋지 않아졌습니다. 강한 햇빛을 받은 뒤 증상이 심해 보여 처음에는 모두 햇볕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잎에 생긴 반점과 손상은 사진만으로 한 가지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강한 햇빛과 고온에 따른 스트레스뿐 아니라 잎이 젖어 있는 시간, 통풍 상태, 병해 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국은 수분을 좋아하지만 한여름 강한 오후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재배 장소도 다시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또다시 도전한 런어웨이 브라이드

화분에 심은 런어웨이브라이드 수국

이쯤 되면 수국을 포기할 만도 한데 올해 또 두 그루를 들였습니다. 이름도 예쁜 ‘런어웨이 브라이드’ 수국입니다. 두 그루 모두 싹을 내고 잎을 내더니 나름대로 흰색의 사랑스런 꽃들을 피워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꽃보다 잎이 무성합니다. 그래도 새잎과 새가지가 계속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생육 자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잎에 검은 반점과 마른 흔적이 보여 조금 걱정스럽지만, 올해 심은 수국인 만큼 당장 꽃을 많이 피우는 것보다 건강하게 자리를 잡고 계절을 넘기는 것을 먼저 지켜보려 합니다.

내년에는 ‘깻잎 수국’을 졸업할 수 있을까요?

라임라이트 4그루, 캔디박스 4그루, 마크로필라 7그루, 그리고 런어웨이 브라이드 2그루까지. 세어보니 제가 수국에 품었던 미련이 상당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나는 수국과 맞지 않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반복하면서 수국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두 같은 방법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꽃이 만들어지는 가지가 다르고 전정 방법도 달라지며, 햇빛과 수분 관리 역시 우리 정원의 환경에 맞춰야 한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꽃을 피우는 데만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지가 언제 자라는지, 어느 정도 햇빛을 받는지, 잎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부터 차근차근 기록해 볼 생각입니다.
내년 초여름에는 드디어 무성한 ‘깻잎 수국’ 사이에서 탐스러운 꽃송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정원을 가꾸는 일은 어쩌면 성공한 꽃을 보는 것만큼이나 실패의 이유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