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수확한 홍로 사과로 만드는 향긋한 사과쿠키

5년 전 새로 이사 온 기념으로 정원에 홍로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처음 심었을 때는 간달프 지팡이처럼 가늘고 볼품없는 모습이라 이 나무가 과연 제대로 자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살이 오르고 가지가 굵어지더니 올해는 제법 굵은 사과가 많이 열렸습니다.
봄에 사과꽃이 한창 피었을 때 열매를 생각하면 꽃을 미리 솎아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남편과 둘이 사과나무 앞에 섰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예쁘게 핀 꽃을 따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아깝고 저것도 아까워 결국 많은 꽃을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꽃이 진 자리마다 어린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이번에는 열매를 솎아줘야 하나 고민했지만 또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결국 대부분 그대로 두었고, 여름을 지나면서 사과들이 하나둘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익어가는 사과를 하나씩 따서 건조기에 말리기도 하고 사과파이와 쿠키도 구워 먹으니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갓 수확한 홍로 사과

사과와 계피 향으로 시작하는 사과 필

오늘 사과쿠키에는 정원에서 갓 딴 사과 5개를 사용했습니다. 보통 크기의 사과라면 3개 정도면 충분하지만 아직 우리 집 사과는 그렇게 굵지 않아 오늘은 5개를 사용했습니다.
사과를 잘게 자르고 버터 2큰술과 설탕 50g, 잘게 다진 견과류 30g을 넣습니다. 견과류는 호두를 사용해도 좋지만 오늘은 냉동실에 구운 피스타치오가 있어 활용했습니다. 사과에서 나온 수분이 졸아들도록 볶다가 계피와 레몬즙 1큰술을 더해 약 5~6분간 졸였습니다.
사과쿠키나 사과파이를 만들 때 제가 가장 행복하게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사과에 계피와 레몬즙이 섞이는 순간 향긋한 냄새가 퍼지면서 온 집이 사랑이 가득한 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이어져 집 안에도 조금 눅눅하고 쿰쿰한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쿠키를 구웠습니다. 사과를 졸이고 쿠키를 굽는 동안 퍼지는 향만으로도 집 안의 분위기가 한결 산뜻해집니다.
쿠키 반죽에 넣을 사과이므로 수분을 적당히 날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촉촉하게 졸여진 사과 필은 불에서 내려 충분히 식혀둡니다.

사과 잘라서 필링 만들어 반죽 완성하기

사과쿠키 반죽 만들기

계란 2개에 소금 1/4작은술과 황설탕 100g을 넣고 휘핑합니다. 여기에 녹인 버터 80g을 넣어 다시 잘 섞습니다.
밀가루 350g과 아몬드가루 50g, 베이킹파우더 1큰술을 넣어 반죽한 뒤 미리 만들어 식혀둔 사과 필을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이번에는 녹인 버터를 사용했는데 완성된 쿠키는 바삭하기보다는 도톰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습니다. 쿠키의 식감은 버터의 상태뿐 아니라 설탕의 종류와 양, 사과의 수분, 반죽의 두께와 굽는 시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황설탕은 쿠키에 조금 더 깊은 풍미와 색을 더해줍니다.

170℃ 오븐에서 15분 굽기

오븐 팬에 시트지를 깔고 완성된 반죽을 한 스푼씩 떠서 올립니다. 굽는 동안 반죽이 퍼지면서 서로 붙을 수 있으므로 너무 크게 만들지 않고 사이를 넉넉하게 띄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번 만들어보니 5ml 계량스푼으로 한 스푼씩 떠서 올렸을 때 크기가 가장 적당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LG 디오스 광파오븐에서는 170℃로 예열한 뒤 약 15분간 구웠습니다.
오븐마다 실제 온도와 화력에 차이가 있으므로 마지막 몇 분은 쿠키 가장자리의 색을 확인하면서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구워진 쿠키는 충분히 식힌 다음 슈가파우더를 살짝 뿌려 마무리합니다

완성된 사과쿠키

사과쿠키 재료 한눈에 보기

사과 필

작은 사과 5개(보통 크기 약 3개) / 버터 2큰술 / 설탕 50g / 견과류 30g / 계피 적당량 / 레몬즙 1큰술

쿠키 반죽

계란 2개 / 소금 1/4작은술 / 황설탕 100g / 녹인 버터 80g / 밀가루 350g / 아몬드가루 50g / 베이킹파우더 1큰술

굽기

170℃ / 약 15분 / 완전히 식힌 후 슈가파우더

정원에서 식탁까지, 사과 한 알의 재미

올봄에는 꽃을 제대로 솎지 못했다고 걱정했고 여름에는 열매를 솎지 못했다고 또 걱정했습니다. 꽃과 어린 열매를 적절히 솎아주는 일은 남은 과실의 생육과 나무의 부담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년에는 아깝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우리 집 사과나무에 맞는 적과 시기와 방법도 조금 더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올해만큼은 익어가는 사과를 하나씩 따서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고 있습니다.

늦은 오후, 갓 구운 사과쿠키를 접시에 담고 연하게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에 두었습니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의 흔적은 아직 남아 있지만 집 안에는 사과와 계피의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습니다.
5년 전 간달프 지팡이처럼 가늘었던 작은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로 직접 쿠키를 만들어 먹는 날이 왔습니다.
정원에서 키우고, 내 손으로 수확하고, 다시 우리 집 식탁에 올리는 것. 어쩌면 이것이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얻는 가장 소소하고도 확실한 즐거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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