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지치지 않는 꽃, 우리 집 정원의 일일초 이야기

3년 전 어느 날, 남편이 신문지에 둘둘 싼 낯선 꽃나무 세 포기를 들고 왔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꽃인데 꽃 색깔이 마음에 들어 얻어 왔다고 했습니다. 무슨 꽃인지 궁금해 같이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일일초’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작은 꽃 세 포기가 해마다 우리 집 대문 앞을 가득 채우는 여름 대표꽃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심었던 세 포기의 일일초

처음 일일초를 심은 곳은 대문 앞 화단이었습니다. 특별히 좋은 자리를 골라준 것도 아니었고, 정성을 들여 관리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한여름이 되자 오히려 이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다른 식물들이 무더위에 지쳐가는 동안에도 일일초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줄기를 뻗으며 자랐고, 연이어 꽃을 피웠습니다. 세 포기에 불과했던 작은 꽃이 여름 내내 제법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일일초는 협죽도과에 속하는 식물로 학명은 Catharanthus roseus라고 합니다.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인 열대성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한해살이풀처럼 재배합니다. 햇빛과 더위에 비교적 강하고 꽃이 피는 기간도 길어 여름 화단이나 화분에 많이 이용되는 식물이라니 우리집 환경에 딱 맞는 꽃이었나 봅니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이듬해 다시 찾아온 꽃

대문 앞에서 반겨주는 문지기 일일초

첫해 가을이 되어 꽃대를 거두고 나니 일일초의 흔적도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초여름, 대문 앞 화단 여기저기에서 낯익은 새싹들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전년도에 맺혀 떨어진 씨앗들이 겨울을 지나 자연스럽게 발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때부터 일일초의 놀라운 생명력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따로 씨앗을 받아 파종하지 않아도 해마다 새로운 일일초가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일일초는 특별한 관심과 돌봄을 요구하지 않은 채 스스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며 다음 세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일초는 추위에 약한 열대성 식물이어서 모든 지역에서 씨앗으로 자연 번식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겨울 기온과 화단의 환경 등에 따라 자연 발아 여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남부지방이라서 떨어진 씨앗이 겨울을 이겨내고 이듬해 발아하는 일이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일일초 꽃밭

올해도 여름이 시작되면서 대문 앞 화단은 어김없이 일일초 꽃밭이 되었습니다.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서 제각각 올라온 꽃들이 자리를 잡으니 일부러 모양을 만들어 심은 화단과는 또 다른 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이어진 거센 비바람 때문에 줄기가 다소 휘어진 것도 있지만 여전히 예쁜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여름의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 속에서 꾸준히 꽃을 보여준다는 점이 일일초의 큰 매력입니다.
일일초는 햇빛이 충분하고 물 빠짐이 좋은 환경을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 건조한 환경에는 잘 견디는 편이지만 흙이 장시간 지나치게 습하면 뿌리가 상할 수 있으므로 배수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장마철처럼 비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특히 물이 고이지 않는 환경이 좋다고 하는데, 일일초가 자란 우리 화단이 이런 조건에 딱 맞는 장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흰색부터 분홍·자주색까지 다양한 일일초

처음 우리 집에 온 일일초는 남편이 꽃 색깔이 예뻐서 가져온 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일일초는 꽃 색깔이 상당히 다양한 식물이었습니다.
흰색과 연분홍, 진분홍, 붉은색에 가까운 색, 자주색과 보라색 계열 등 여러 품종이 있으며 꽃잎과 중심부의 색이 서로 다른 품종도 있습니다. 흰 꽃 한가운데 붉거나 분홍빛 눈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품종도 있어 작은 꽃이지만 색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키가 낮고 단정하게 자라는 종류부터 옆으로 퍼지는 형태까지 다양한 원예 품종이 있어 여름 화단뿐 아니라 화분이나 걸이화분 등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 포기의 꽃이 우리 집 여름 풍경이 되었습니다

일일초라는 이름은 꽃 한 송이의 수명이 길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이어져 피는 모습에서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송이가 지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오랫동안 꽃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3년 전 신문지에 싸여 우리 집에 들어온 이름 모를 꽃 세 포기는 이제 여름이면 당연히 만날 수 있는 정원의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남다른 일일초의 화사한 꽃

정원에는 많은 식물이 있지만 이렇게 사람의 손길을 크게 요구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리를 넓혀가는 식물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봄에 일부러 심지 않았는데도 초여름이면 어김없이 싹을 틔우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화단 가득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식물이 가진 생명력이 새삼 놀랍습니다.
올해도 비바람에 조금 휘어진 줄기 사이로 일일초 꽃이 계속 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꽃이 진 뒤에는 또 씨앗을 남길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초여름이 되면 대문 앞 화단 어딘가에서 또 작은 새싹들이 다시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