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밭에 심어놓고 한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호박을 오랜만에 수확해 왔습니다. 막상 한꺼번에 많은 호박을 앞에 두고 보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이 많은 호박을 어떻게 다 먹을까?’ 하는 고민도 생겼습니다. 호박전, 호박 나물 그리고 국이나 찌개에도 넣어 먹지만 많은 양을 한꺼번에 소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그래서 오늘은 호박 말랭이를 만들어보았습니다.
고구마 말랭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반가운 간식이 될 것 같고, 부피가 작아 보관하기도 편합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 하나씩 집어 먹기 좋아 운동 갈 때 몇 조각 챙겨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된 식품건조기가 다시 바빠졌습니다
우리 집에는 10여 년 전에 구입한 식품건조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거나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데 사용했는데, 요즘 들어 다시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애호박과 고추, 가지가 많이 나올 때 부지런히 말려두고, 정원의 사과나무에서 매일 조금씩 수확한 사과로 사과칩도 만듭니다. 얼마 전부터는 무화과까지 말리느라 며칠째 건조기가 제법 바쁩니다.
제철 농산물은 수확할 때가 되면 기다려주지 않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이럴 때 식품건조기를 이용하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보관하기도 한결 수월합니다. 생과일이나 생채소와는 또 다른 맛과 식감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남편이 먼저 만들어본 호박 말랭이
오늘 아침 운동을 다녀오니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던 남편이 호박을 썰어 말랭이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별 기대 없이 한 조각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꽤 좋았습니다.
수분이 빠지면서 호박의 단맛이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고, 평소 젤리처럼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는 제 입맛에도 잘 맞았습니다. 씹을수록 은근한 호박 맛이 느껴져 “맛있다”를 연발하며 자꾸 한 조각씩 집어 먹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호박을 너무 얇게 썰어 말렸는지 이에 달라붙어 먹기가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만든 첫 번째 호박 말랭이는 시험판으로 삼고, 이번에는 두께와 건조 과정을 조금 보완해서 다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호박 말랭이 재료
손질한 맷돌 호박 5kg
소금 약간
설탕 약간
재료는 아주 간단하다.
호박 자체의 은은한 단맛을 살리고 싶어 소금과 설탕도 많이 넣지 않고 살짝 뿌려주는 정도로 준비했다.

호박 말랭이 만드는 법
1. 호박 손질하기
호박은 줄무늬를 따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껍질을 벗기고 씨와 속을 깨끗하게 제거한다. 늦가을 수확한 호박은 껍질이 단단해서 손질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름 호박은 수분이 많아서인지 깎고 손질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2. 1.5cm 두께로 썰기
손질한 호박은 약 1.5cm 두께로 도톰하게 썬다. 처음에는 조금 두꺼운 것 아닌가 싶지만 건조하면서 수분이 빠지면 두께가 줄어든다. 먼저 얇게 썰어 만들어본 결과 이에 달라붙는 식감이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부러 도톰하게 썰었다.

3. 찜통에서 10분 찌기
김이 충분히 오른 찜통에 썰어놓은 호박을 넣고 약 10분간 찐다.
너무 무르게 익으면 옮기는 과정에서 부서질 수 있으므로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쪄준다.

4. 소금과 설탕 뿌리기
한 김 나가 식은 호박에 소금과 설탕을 조금씩 뿌려준다.
많이 넣어 단맛을 내기보다는 호박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을 정도만 사용했다.
5. 70℃에서 5시간 건조하기
호박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식품건조기 트레이에 차곡차곡 올린다.
건조기 온도는 70℃로 맞추고 먼저 5시간 말려준다.

6. 뒤집어서 다시 5시간 건조하기
5시간이 지나면 호박을 하나씩 뒤집어준 뒤 다시 5시간 정도 건조한다.우리 집에서는 70℃에서 총 10시간 정도 말렸을 때 원하는 식감이 나왔다.
다만 호박의 수분 함량이나 썬 두께, 식품건조기의 성능에 따라 건조 시간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마지막에는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면서 원하는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얇게 써는 것보다 1.5cm가 좋았다
이번 호박 말랭이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두께가 식감을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남편이 얇게 썰어 만든 말랭이는 맛은 좋았지만 이에 달라붙는 것이 아쉬웠다.
반면 1.5cm 정도로 도톰하게 썰어 말리니 수분이 빠진 뒤에도 어느 정도 두께가 남아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훨씬 좋았다.
설탕도 아주 조금만 사용했는데 말리는 동안 호박 맛이 응축되어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킥은 소금이 아닐까 한다. 단맛이 메인이지만 살짝 느껴지는 소금 맛이 맛에 재미를 더 느끼게 해 준것 같았다.
많이 수확한 호박, 말랭이도 괜찮다

직접 농사를 짓다 보면 잘 자라지 않아 걱정할 때도 있지만, 막상 수확철이 되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와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이번 호박도 그랬다.
고향 밭에 심어놓고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호박을 내어주었으니 고맙기도 하고, 어떻게 알뜰하게 먹을까 궁리하게 된다. 말랭이로 만들어놓으니 부피가 크게 줄어드는 것부터 마음에 든다.
고구마 말랭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조금 챙겨주고, 우리 부부는 차를 마실 때 하나씩 꺼내 먹어도 좋겠다. 다음 골프 라운딩 때에는 작은 통에 몇 조각 챙겨가 일행들과 같이 나눠먹을 생각이다.
사과칩을 말리고, 무화과를 말리고, 텃밭에서 거둔 채소를 말리더니 이제는 호박까지 차례가 왔다.
10년 넘은 우리 집 식품건조기가 요즘 제대로 열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