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에 잔디를 심고, 유실수와 관상수를 심은 공간을 분리하는데 좋은 것이 경계석을 두는 것입니다.
잔디와 나무들 사이가 구분이 되지 않아 어수선해 보이던 정원을 정리하면서 경계석 한 파레트를 구입해서 경계를 두르고 나니 훨씬 정갈한 느낌이 들어 한참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그 후 경계석 주변에 이런 저런 꽃을 심어보았는데, 손이 많이 가고 생각만큼 정돈된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도샤프란을 심게 되었습니다.
사진처럼 경계석 안쪽을 따라 심기 좋은 식물 가운데 하나가 흔히 ‘나도샤프란’이라고 부르는 제피란서스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그냥 ‘샤프란’이라고 부르지만 샤프란과 달리 향기가 없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흰색 나도사프란 사이에 노란색 계열을 함께 배치하면 자연석과 잔디 사이가 한층 밝고 생동감 있게 살아나고, 일년 내내 초록 잎을 보여주니 정원의 효자노릇을 하는 대표 작물이 우리집에서는 바로 이 나도샤프란입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내내 건강하게 잘 자라며, 점점 꽃을 보기 어려워진 가을 정원을 화사하게 만드는 나도샤프란, 그 특징과 관리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나도샤프란은 어떤 식물일까

나도샤프란의 대표적인 흰꽃 종은 수선화과의 구근식물인 제피란테스 칸디다(Zephyranthes candida)입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가늘고 긴 잎 사이에서 흰색 별 모양의 꽃이 피어나는데, 비가 내린 뒤 꽃이 피는 성질 때문에 ‘레인 릴리(Rain Lily)’’페어리 릴리(Fairy Lily)’라는 예쁜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초여름부터 가을 사이 비가 충분히 내리거나 물을 준 뒤 꽃대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올 해는 8월 하순부터 한 두 송이 꽃을 피우더니 하루 비가 흠뻑 내린 다음날에는 잠에서 깬듯 무리지어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꽃 한 송이의 수명은 길지 않지만 구근이 군락을 이루면 여러 꽃대가 차례로 올라와 풍성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한 해 동안 키우다가 뿌리 나눔을 통해 포기를 갈라서 심어주고 잊어버리고 있을 때 쯤 온 마당이 흰 꽃으로 뒤덮일 수 있습니다.
경계석 주변에 잘 어울리는 이유
나도샤프란은 높이와 폭이 약 15~30㎝ 정도로 자라는 소형 식물입니다.
키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아 경계석을 가리지 않고, 가는 잎이 잔디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또한 한 번 심으면 구근이 늘어나면서 작은 포기를 이루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빈 공간이 자연스럽게 채워집니다.
그래서 정원 가꾸기 하는 사례를 보면 산책로 주변이나 화단 앞쪽, 암석정원과 좁은 틈새에 활용하기 좋은 식물로도 소개되곤 합니다.
우리집 정원처럼 회색 경계석과 갈색 자연석이 있는 공간에는 흰색과 노란색 꽃이 특히 잘 어울리는데, 흰색은 정원을 정돈되고 시원하게 보이게 하고, 노란색은 초록 잔디와 선명한 대비를 만들어주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흰색 나도샤프란에 비해 노란색은 성장과 번식이 다소 더딘감이 있어 개체수가 그닥 늘지 않고 있습니다.
나도샤프란 심는 위치

나도샤프란은 햇볕이 충분한 곳에서 꽃이 가장 잘 핀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양지부터 몇 시간 정도 햇볕이 드는 반양지까지 재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남부지방처럼 여름철 햇볕과 더위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후 늦게 약간 그늘이 드는 자리가 잎의 마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강한 더위가 계속되는 곳에서는 오후 햇볕을 일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원예기관의 설명도 있습니다.
또한, 경계석 바로 아래는 빗물과 관수한 물이 모일 수 있으므로 식물을 심기 전에 배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제 경험상 물에 오래 잠겨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마사토나 굵은 모래, 배수가 잘되는 원예용 흙을 섞어 토양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심는 방법
나도샤프란은 한 줄로 너무 반듯하게 심는 것보다 여러 구근을 작은 무리로 나누어 심는 편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저희는 처음에는 대충없이 심었다가 올 초여름이 구근을 모두 캐어 뿌리 나눔을 하면서 줄을 맞춰 재 배치해서 심었더니 중간에 올라온 잡초 관리하기가 더 수월했습니다.
또, 경계석을 따라 흰색 꽃을 기본으로 배치하고 중간중간 노란색 계열을 넣으면 색의 흐름이 단조롭지 않아 보이는데, 꽃 술이 노란 색이어서인지 흰 꽃 만으로도 충분히 화사하고 완성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구근을 심을 때는 처음부터 너무 촘촘히 심기 보다는 포기가 늘어날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서 봄에 심어 놓은 한포기 정도의 나도샤프란이 가을이 되면 어느새 한줌이 넘는 포기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주기와 여름철 관리
나도샤프란은 이름처럼 비가 온 뒤 개화가 촉진되는 특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흙을 축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겉흙이 마른 것을 확인한 뒤 물을 주고, 장마철에는 물주기보다 배수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근 주변에 물이 장기간 고이면 부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데, 화분이 아닌 마당에 심어 놓은 경우에는 따로 물관리를 해 주지 않아도 빗물 만으로도 성장에 큰 영향은 없는듯 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좀 게으른 가드너에게 딱 맞는 작물 중의 하나인것 같습니다.
비료는 봄철 새잎이 자라기 시작할 때나 개화 전후에 구근식물용 완효성 비료를 소량 사용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를 지나치게 주면 잎만 무성해지고 꽃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나도샤프란은 물 관리도, 비료 관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주는 고마운 꽃나무 입니다.
꽃이 진 뒤에는 어떻게 관리할까
꽃이 시든 뒤에는 꽃대 밑부분을 잘라주면 화단이 깔끔해지고 불필요한 씨앗 형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잎은 바로 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푸른 잎은 광합성을 통해 다음 해에 사용할 양분을 구근에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잎이 완전히 누렇게 변하고 자연스럽게 마른 뒤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첫눈이 올 무렵 조금 쳐져 있는 입이 지저분해 보일때, 여름이 오기전 잎이 너무 무성할 때 한 번씩 정리해주었습니다.
포기가 지나치게 빽빽해져 꽃이 작아지거나 개화량이 줄었다면 봄철 생육이 시작되기 전 자구를 나누어 옮겨 심을 수 있는데, 나도샤프란은 씨앗으로도 번식하지만, 가정 정원에서는 자구를 분리하는 방법이 간편합니다.
겨울철 관리
나도샤프란은 비교적 온화한 지역에서는 노지에서 여러 해 키울 수 있지만, 지역 마다 최저기온과 토양 배수 상태에 따라 월동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있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는 충분히 노지 월동이 가능한 작물 이어서 겨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데, 강한 한파가 예보되거나 중부 윗 지방이라면 낙엽이나 바크로 얇게 덮어주는 월동 대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구근이나 화분에 심은 구근은 노지보다 추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므로 추위에 대한 대비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병해충은 많지 않지만 달팽이는 주의
나도샤프란은 비교적 병충해가 적고 관리가 쉬운 편입니다.
다만 습한 장마철에는 달팽이와 민달팽이가 잎이나 꽃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꽃이 장마가 끝난 이후에 피기 때문에 이 또한 크게 걱정되지 않는 점입니다.
드물게 응애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잎의 색이 희미해지거나 미세한 거미줄이 보이면 잎 뒷면을 확인해서 방제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습을 피하고 식물 사이에 통풍 공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경계석과 꽃을 함께 살리는 작은 관리법


경계석 주변을 깔끔하게 유지하려면 잔디가 화단 안으로 뻗어 들어오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잘라줘야 합니다.
나도사프란을 심어놓으면 그 점이 해결되니 손 쉬운 정원 관리가 됩니다.
나도샤프란은 화려한 조경 시설 없이도 경계석 주변을 밝게 바꿔주는 식물입니다.
가늘고 부드러운 잎, 비가 내린 뒤 피어나는 별 모양의 꽃, 해마다 조금씩 넓어지는 군락은 자연스러운 정원을 원하는 초보 가드너에게 딱인 작물입니다.
※ 국내 표준명과 원예 유통명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도샤프란’이라는 이름도 널리 사용되지만, 식물 자료에서는 주로 나도사프란 또는 흰꽃나도사프란으로 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