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고추 수확후 보관하기

가을 채소를 심기 위해 여름 내내 텃밭을 지켜주었던 고추나무를 3분의 2 정도 정리했습니다.

푸른 잎과 가지를 걷어내며 그 사이에 숨어 있던 고추까지 하나씩 따고 나니 제법 묵직한 한 바구니가 되었습니다. 여름 동안 필요할 때마다 따 먹었지만, 고추나무를 정리하며 한꺼번에 수확하니 계절 하나가 지나간다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매운 고추와 일반 고추의 맛이 비슷했습니다

올해도 매운 고추와 일반 고추를 절반씩 심었습니다. 그런데 늘 그렇듯 수확해 먹어보니 두 종류의 매운맛이 생각만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맵지 않은 고추인 줄 알고 먹었다가 깜짝 놀란 적도 있고, 칼칼한 맛을 내려고 넣은 고추가 전혀 맵지 않아 실망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벌들이 이 꽃 저 꽃을 오가며 수정을 했기 때문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찾아보니 고추의 교잡으로 생긴 특징은 그해 열린 열매의 맛을 바로 바꾸기보다, 그 고추에서 받은 씨앗을 이듬해 심었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같은 품종의 고추도 기온과 수분 상태, 수확 시기와 재배 환경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올해 우리 텃밭의 고추도 여러 생육 조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 고추로 만든 저장 음식

여름 동안 수확한 고추로는 청양고추 페스토와 고추다짐이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고추가 한꺼번에 많이 열릴 때 넉넉하게 소비할 수 있고, 음식에 조금씩 곁들이기도 좋아 유용한 저장 방법이었습니다. 덕분에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름 고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수확한 끝물 고추는 된장국이나 콩나물국을 끓일 때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손질해서 냉동하기로 했습니다.

매운 끝물고추 건조하기 과정

고추를 바로 냉동했을 때의 불편함

예전에는 고추를 씻어 자른 뒤 곧바로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고추 표면과 잘린 단면에 수분이 남아서인지 얼고 나면 서로 달라붙곤 했습니다.

한두 조각만 꺼내고 싶은데 고추가 한 덩어리로 얼어 있으면 떼어내기가 번거롭습니다. 꺼내는 동안 일부가 녹아 물러지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씻고 자른 고추를 건조기에 약 1시간 정도 넣어 표면의 수분을 줄인 다음 냉동합니다. 고추를 바싹 말리는 것이 아니라 겉에 남은 물기와 잘린 단면의 수분을 가볍게 날리는 정도입니다.

끝물 고추 손질하고 냉동하는 방법

먼저 고추를 흐르는 물에 씻고,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잠시 담가두었습니다. 다시 깨끗한 물로 충분히 헹구면서 무르거나 상한 고추와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골라냈습니다.

씻은 고추는 꼭지를 제거하고 물기를 충분히 닦은 뒤 국이나 찌개에 바로 넣기 좋은 크기로 썰었습니다. 매운 고추를 많이 손질할 때는 장갑을 끼고, 손질이 끝날 때까지 눈이나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른 고추는 서로 겹치지 않도록 건조기 판에 펼쳐 약 1시간 말렸습니다. 건조기 온도와 고추의 두께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해진 시간보다 표면의 물기가 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요즘처럼 햇볕이 좋은 날에는 깨끗한 채반에 고추를 펼쳐 잠시 말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햇빛과 바람의 세기, 습도에 따라 마르는 정도가 다르고 먼지나 벌레가 닿을 수 있으므로 환경을 잘 살펴야 합니다.

말린 고추는 열기가 완전히 식은 다음 냉동용 봉지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봉지 안에서 고추를 얇고 평평하게 펼쳐 얼리면 필요한 만큼 꺼내 사용하기가 편합니다.

한 시간 정도 말린 고추는 완전히 건조된 식품이 아닙니다. 안쪽에 수분이 남아 있으므로 실온이나 냉장보다는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바구니의 고추가 주는 든든함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매운 음식을 많이 먹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된장국이나 콩나물국을 끓일 때 매운 고추 한두 조각을 넣으면 국물 맛이 칼칼하고 쨍해집니다. 많이 맵지 않으면서도 음식의 끝맛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그 맛이 좋습니다.

한 바구니 가득 수확한 끝물 고추를 씻고 자르고 말려 봉지에 담았습니다. 가지런히 정리된 고추를 냉동실에 넣어두니 겨울 먹거리 하나를 마련한 것처럼 마음까지 든든해졌습니다.

여름 내내 텃밭을 지켜준 고추나무는 이제 가을 채소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나무에서 거둔 마지막 고추는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 집 국과 찌개에 칼칼한 맛을 더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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