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추에 플렉스하다, 5천 원으로 채운 초록 텃밭

아침 일찍 기차를 타러 가는 남편을 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장이 열리는 날이라 텃밭에 심을 상추 모종을 사기 위해 잠시 들렀습니다.

텃밭에 상추는 다섯 포기 정도만 심어도 우리 부부가 먹기에는 충분합니다.
잎이 자라는 대로 필요한 만큼 뜯어 먹으면 생각보다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상추 모종 다섯 포기만 사서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추 모종을 낱개가 아닌 한 봉지에 3,000원씩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봉지 안을 들여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많아 보였습니다.
잠시 망설였지만, 심어놓으면 언젠가는 다 먹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상추 한 봉지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놓인 쑥갓 모종까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추쌈을 먹을 때 향긋한 쑥갓을 함께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상추 한 봉지 3,000원, 쑥갓 한 봉지 2,000원어치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합해 5,000원이니 큰 지출은 아니었지만, 필요했던 양을 생각하면 이날 아침의 소소한 플렉스였습니다.

상추 21포기, 쑥갓 14포기

집에 도착해 봉지를 열고 모종을 하나씩 꺼내보았습니다.

아이코.

상추 모종은 무려 21포기였습니다.
쑥갓 모종도 14포기나 들어 있었습니다.
모두 합하면 35포기입니다.

상추 다섯 포기만 심을 생각으로 장에 갔다가 텃밭 한쪽을 가득 채울 만큼의 모종을 사 온 것입니다.
가격만 보고 부담 없이 구입했는데,
막상 모종을 늘어놓고 보니 어디에 모두 심어야 할지가 걱정되었습니다.
텃밭을 한참 둘러보다가 마침 수확할 때가 지난 대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가을 채소에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대파를 과감하게 모두 뽑았습니다.
뽑아낸 대파는 바구니에 담고, 그 자리에 남은 흙을 고르게 정리했습니다.
비어 있던 텃밭에 상추와 쑥갓을 한 포기씩 줄을 맞춰 심었습니다.

심어놓고 보니 더 예쁜 초록 텃밭

텃밭에서 이쁘게 자리잡은 쑥갓과 상추

모종이 너무 많다고 걱정했던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상추와 쑥갓을 가지런히 심어놓고 보니 작은 초록 잎들이 예쁘기 그지없었습니다.

촉촉한 흙 위에 줄을 맞춰 앉은 모종들이 텅 비어가던 가을 텃밭을 금세 싱그럽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상추의 둥글고 부드러운 잎과 쑥갓의 잘게 갈라진 잎 모양이 서로 달라 함께 심어놓으니
더욱 보기 좋았습니다.

이제 막 옮겨 심은 어린 모종이므로 당분간은 흙이 너무 마르지 않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모두 무사히 자리를 잡는다면 상추는 물론이고 향긋한 쑥갓도 넉넉하게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에 갈 때까지만 해도 상추 다섯 포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왔을 때 저는 어느새 상추와 쑥갓 35포기의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계획보다 훨씬 많은 모종을 사기는 했지만,
가지런히 채워진 텃밭을 바라보니 괜히 마음까지 풍성해집니다.
올가을에는 싱싱한 상추에 쑥갓을 곁들인 쌈을 실컷 먹을 수 있겠습니다.

5,000원으로 채운 초록 텃밭. 이 정도면 제법 만족스러운 가을 플렉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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