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우리집 마당의 유실수 덕분에 열매를 따는 재미가 컸습니다.
이사 온 기념으로 심은 사과나무에도 열매가 많이 열려 사과쿠키, 사과파이 등 사과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며 수확의 기쁨을 즐기며 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당에는 그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과나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미니사과나무입니다.
작년까지는 이 미니사과가 가을 사과파이의 주재료이다가, 사과주스와 사과술의 재료가 되다가 열일 하였습니다. 크기는 작아도 맛은 큰 사과 못지 않게 달고 시원해서
반으로 잘라 설탕에 졸여 파이를 만들면 그 맛이 또 제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올 해는 수확할 시기가 되었는데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그런지 열매는 많이 달렸는데 이파리가 자꾸 떨어지면서 모양새를 잃어갔습니다.
남편은 나무들이 너무 가까이 심어져서 통풍에 문제가 있어 그럴 수 있다며 더 심해지기 전에 이 나무를 없애자고 하였습니다.
해마다 전지를 신경써서 해줘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수형도 제법 잘 잡혀있어서 자리값을 잘하고 있는 나무중의 하나였는데 그 말이 조금 서운했습니다.
특히 우리 집 댕댕이가 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친구들과 인사할 때면,
그 옆에 있던 나무가 바로 미니사과나무입니다.
그 또한 늘 보던 풍경이어서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말에 처음에는 서운해 반대했습니다.
남편이 알아보니 집을 지을 준비를 하는 분이 사과나무를 미리 심고 싶어 한다고 하였습니다.
필요한 분께 드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며칠 고민을 하다가 나무를 떠나보내기에 동의하였습니다.
나무를 옮기는 날
오전 일찍부터 시작해서 나무를 캐고, 분을 떠서 옮기는 과정이 꽤나 오랜 시간 걸렸습니다.
반나절이나 걸려 나무를 캐서 차에 싣고 떠나보냈습니다.
남겨진 자리와 나무는 가을이 좀 무르익은 후에 정리하기로 하고 구멍을 메웠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모두 말없이 지켜보던 우리집 댕댕이는
그날 저녁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을 거부하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더니
급기야는 밥을 굶고 마당에서 밤을 보내며 야외취침을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다만 늘 곁에 있던 나무가 떠난 날이라, 나도 이렇게 씁쓸한데
댕댕이도 서운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무가 떠난 자리는 비었지만, 마지막 사과가 담긴 바구니 사진은 남았습니다.
시원섭섭한 마음이지만, 새로운 자리에서도 미니사과나무가 잘 자라서
새로운 가족들에게 사랑받으며 튼실한 열매들을 많이 선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미니 사과나무가 떠난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