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장에서 ‘플렉스’했던 상추가 제법 잎을 키웠습니다.
한 장씩 따서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함께 심은 쑥갓도 예쁜 초록 잎을 풍성하게 내주어, 요즘 식탁은 봄 채소 밥상처럼 싱그럽습니다.
가을에 심은 채소는 늦가을의 먹거리가 되기도 하고, 겨울을 지나 이른 봄까지 식탁을 채워주기도 합니다.
기후가 따뜻한 남쪽지방인 우리 집 텃밭에서 길러온 상추와 쑥갓, 시금치, 월동배추와 봄동, 쪽파를 소개합니다.
모종으로 시작한 상추와 쑥갓
초보 농부인 저는 상추와 쑥갓을 씨앗보다 모종으로 심어왔습니다.
상추는 쉽게 자랄 듯하면서도, 막상 씨를 뿌려 만족스럽게 키운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봄에도 가을에도 모종을 구입하는 편입니다.
이번 가을에 장에서 충동구매한 상추와 쑥갓도 잘 자라주었습니다.
필요한 만큼 잎을 따오면 되니, 작은 텃밭이 식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습니다.
여리여리한 이 상추잎을 보면 겨울을 견딜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에는 특별한 보온 없이 이른 봄까지 살아남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경험만 믿고 해마다 그대로 두기는 어렵습니다.
지역과 품종, 그해의 추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추와 쑥갓은 지금의 가을 수확을 즐기되, 겨울 수확까지 당연하게 기대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추위가 오기 전에 보온 여부를 살피고, 특히 쑥갓은 강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쓰려 합니다.


지난 9월 플랙스해서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상추와 쑥갓
겨울 텃밭의 든든한 시금치
우리 집 겨울 텃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는 시금치입니다.
조금 넉넉하게 파종해 겨울 동안 필요한 만큼 캐 먹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오곤 했습니다.
작년에 시금치 발아율이 좋지 않다는 말을 했더니 종묘사 사장님이 씨앗을 뿌리기 전 최소 6시간 정도 물에 불려보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 조언대로 준비해 파종했더니, 이번에는 싹이 풍성하게 올라와 조금씩 잎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시금치 재배 안내에는 가을 파종 후 겨울을 지나 봄까지 수확하는 일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추위에 강한 작물이지만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한파 예보가 있을 때는 어린 포기의 상태와 보온 필요성을 살펴보려 합니다.

싹을 내밀기 시작하고 있는 시금치
겨울에는 월동배추, 그다음에는 봄동
9월 초 종묘사에 배추 모종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 배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김장은 절임배추를 구입해 담그기 때문에, 텃밭에는 겨울에 먹을 월동배추를 심습니다.
김장이 끝난 뒤에도 밭에는 배추가 남아 있습니다.
한겨울에 속이 차 통통해진 배추를 수확하는 재미는 김장배추를 기르는 것과 또 다릅니다.
추위가 심할 때는 배추를 한 포기씩 묶어주거나 비닐 등으로 보온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묶어주는 것만으로 한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월동배추의 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비닐·부직포 덮기 등 보온 관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월동배추가 밭에서 사라질 무렵에는 가을에 파종한 봄동이 뒤를 잇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10월에 파종해 겨울을 지나며 키워왔습니다.
포기배추처럼 속이 단단히 차기보다 잎이 활짝 펼쳐져 자라는 봄동은 아삭하고 달큰한 맛이 좋습니다.
쌈으로 먹어도 좋고 된장국에 넣어도 좋습니다.
겨울 끝자락의 텃밭에서 봄동을 거두면, 식탁에는 봄이 조금 먼저 오는 듯합니다.

한창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월동배추와 싹을 내고 있는 봄동
김장용 쪽파와 봄 수확용 쪽파
9월에 종구를 심은 쪽파는 지금 한창 자라고 있습니다.
이 쪽파는 김장 무렵에 활용하려고 심었습니다.
지난해에는 10월 말에도 쪽파를 심었습니다.
겨울을 지나 봄에 수확해 파김치와 파나물로 여러 번 먹었는데, 그 달달한 맛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도 봄에 먹을 쪽파를 심고 싶지만, 지금은 텃밭에 빈자리가 없습니다. 자리가 생기면 다시 심어볼 생각입니다.
종구를 구입할 때는 장에서 말하는 ‘겨울 쪽파’라는 이름만 확인하기보다, 우리 지역에서 월동해 봄에 수확하려는 용도에 맞는지 함께 물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있는 가을 쪽파
10월의 텃밭, 수확할 계절부터 생각합니다
10월이라고 이 채소들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새로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자란 상추와 쑥갓을 수확하는 일, 가을에 심은 배추를 겨울까지 기르는 일, 월동용 채소를 새로 파종하는 일은 각각 다릅니다.
새로 심으려면 지역의 첫서리 시기와 품종, 남은 생육 기간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남부지방인 우리 집 텃밭 경험이므로,
추운 지역에서는 파종 시기와 보온 방법을 다르게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여름처럼 쑥쑥 자라지 않아도 좋습니다.
필요한 만큼 거두고,
추위를 견디는 모습을 살피며 기다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을에 마련해 둔 작은 초록 밭이 겨울 밥상을 채우고,
다시 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