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시작될 무렵, 올해는 남편의 고향 땅에 무엇을 심을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남아 있는 땅이 있어 해마다 몇 가지 작물을 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종류별로 호박 씨앗을 구입했습니다. 단호박, 맷돌호박 주키니호박, 애호박 등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의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을 기대하며 씨앗을 심었습니다. 호박과 함께 옥수수, 생강도 심고, 옆 밭에서 일하시던 어르신이 챙겨주신 강황 구근도 넉넉하게 심었습니다. 씨앗을 뿌리던 날에는 작은 씨앗들이 정말 열매가 되어 돌아올까 싶었지만, 흙을 덮고 나니 벌써 수확할 날이 기다려졌습니다.
집에서 고향 밭까지는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보니 자주 찾아가기는 어려웠습니다. 몇 주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 밭에 갔고, 갈 때마다 도시락과 마실 물을 챙겼습니다.
밭일을 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소풍을 떠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오전부터 일을 하다가 그늘을 찾아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는 점심은 집에서 먹는 밥과는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잡초
문제는 잡초였습니다. 몇 주 만에 다시 찾아갈 때마다 작물보다 잡초가 더 빠르게 자라 있었습니다. 뽑아도 다음에 가면 어느새 다시 무성해져 있었습니다.
자주 관리하지 못하니 호박 줄기가 잡초에 가려지고,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호박도 잡초 사이에서 힘겹게 자라는 듯했습니다. 처음에는 종류별로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밭에 갈 때마다 넓게 뻗은 호박잎과 키가 훌쩍 자란 옥수수를 바라보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자주 돌보지는 못했지만 씨앗에서 시작한 작물이 계절을 따라 자라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기대와 달랐던 마지막 수확
이번 주말을 이용해 거의 마지막이 될 호박과 옥수수를 수확하러 갔습니다. 가는 동안에는 노랗게 익은 호박이 여기저기 숨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밭에 도착해 보니 잡초는 생각보다 훨씬 무성했습니다. 풀을 헤치며 호박을 찾아보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 봄에 여러 종류의 씨앗을 심었던 일을 생각하니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옥수수는 알이 제법 단단하고 튼실하게 여물었습니다. 껍질에 싸인 옥수수를 하나씩 따서 모으니 부족했던 호박 수확에 대한 서운함도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수확한 호박과 옥수수를 한자리에 모아놓았습니다. 많지는 않아도 직접 씨앗을 심고, 몇 번씩 밭을 찾아가 돌본 끝에 얻은 것들이라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수확물을 바라보면 반갑고 흐뭇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숙제를 받은 듯합니다. 기대와 아쉬움, 기쁨과 부담이 함께 찾아온 고향 밭의 마지막 수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