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옆 나물 텃밭, 취나물과 당귀를 오래 두고 가꾸는 즐거움

우리 집 텃밭은 작은 틀밭으로 만들어 계절마다 여러 채소를 돌아가며 심습니다.
한 작물을 거두고 나면 다음 계절에 먹을 채소를 심는 식입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다시 싹을 내는 먹거리에는 따로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철마다 땅을 뒤집는 밭보다 한곳에 뿌리를 두고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담장 옆 작은 화단이 우리 집의 ‘붙박이 나물 텃밭’이 되었습니다.

호미도 들어가지 않던 화단이 나물밭으로

처음에는 오래된 나무만 심어져 있던 화단이었습니다.
돌이 많고 흙도 척박해 호미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땅에서 나물이 자랄까 싶었지만, 조금씩 퇴비를 더하며 가꾸었습니다.

지금도 돌은 많습니다.
그래도 취나물과 당귀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우리 집 나물들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듯합니다.
처음부터 좋은 땅은 아니었지만, 심고 돌보는 사이 조금씩 먹거리를 내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열 포기로 시작한 취나물, 장아찌까지 담그다

이 나물밭에 처음 심은 것은 취나물입니다.
화단의 돌 옆으로 열 포기 정도를 심었습니다.
조금씩 뜯어 먹기에는 그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름이 지나 다시 나오기 시작한 취나물 잎 (도라지 꽃이 살짝 고개를 내미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세력이 커졌습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자주 잘라 먹어도 남을 만큼 넉넉하게 자랐습니다.
식사 준비를 하다가 나물이 필요하면 담장 옆으로 가서 잎을 따오는 일이 익숙해졌습니다.

나물로 무쳐 먹는 것만으로는 다 먹기 어려워 올해는 장아찌도 담갔습니다.
취나물의 향을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별미였습니다.
작은 화단에 심은 열 포기가 무침에 이어 장아찌로도 우리 집 식탁을 채워주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단골 쌈채소, 당귀

여린 잎이 질긴 초록잎으로 변해가는 당귀

당귀는 우리 가족이 특히 좋아하는 채소입니다.
처음에는 네 포기 정도를 심었는데, 자라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수확량도 많아졌습니다.

해가 바뀌면 기운차게 새순을 내고, 봄부터 여름까지 야들야들한 새잎을 내주었습니다.
쌈채소를 준비할 때 당귀 잎도 함께 따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특유의 향이 더해지면 평범한 쌈도 한층 맛있어집니다.
그래서 당귀는 우리 집에서는 빠지면 아쉬운 단골 쌈채소입니다.
올해는 취나물처럼 당귀도 장아찌로 담갔습니다.
쌈으로 즐기던 향을 장아찌로 맛보는 것 역시 나물밭이 주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같은 화단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명이나물

모든 나물이 잘 자란 것은 아닙니다.
명이나물이라고 부르는 산마늘도 취나물과 같은 해에 열 포기 정도 심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작은 잎 몇 장만 겨우 내주더니, 올해는 그마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던 잎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같은 화단에서도 취나물은 넉넉하게 자라고 명이나물은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식물마다 맞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 집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알아가는 일도 텃밭 경험의 한 부분인 듯합니다.

내년 봄을 기다리는 돌미나리와 새 나물들

산책길에서 캐온 쑥과 쑥부쟁이

올 해는 돌미나리 열 포기를 새로 심었습니다.
산책하다가 캐온 쑥과 쑥부쟁이도 한 무더기 옮겨 심었습니다.
아직 수확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라는 기세가 제법 좋습니다.
이대로 잘 자리 잡는다면 내년 봄에는 조금씩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취나물과 당귀를 따던 밭에 새로운 나물이 더해지면 봄 식탁도 조금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음 계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리에 향을 보태주는 허브와 작은 화단의 즐거움

파슬리 애플민트 로즈마리

이곳에는 파슬리와 애플민트, 로즈마리도 있습니다.
나물처럼 한 바구니씩 거두지는 않아도 요리할 때 필요한 만큼 잎을 내줍니다.
한 잎, 한 줄기가 음식에 향을 보태주는 소중한 식물들입니다.

담장 옆 작은 화단이 내주는 먹거리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잘 자라는 것은 넉넉하게 거두고, 남는 것은 장아찌로 담급니다.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새로 심은 것은 다음 봄을 기다립니다.
한 번 심은 식물이 계절을 지나 다시 잎을 내주는 모습을 만나는 것,
그 잎을 따서 식탁에 올리는 것이 우리 집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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