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 포도나무가 선물한 샤인머스켓 에이드

이사 오던 해, 지인에게 포도나무 한 그루를 선물받았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의 화분에서 몇 해 동안 키웠지만 더는 자라지 않는 것 같아 우리 집으로 보내주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마당에 왔을 때는 잎보다 마른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말라깽이 나뭇가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포도나무가 우리 집에서 5년을 보내고 올해 처음 열매를 맺었습니다.
열매가 자라면서 샤인머스켓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 수확한 포도는 약 10송이입니다. 씨가 있어 먹을 때 조금 번거로웠지만, 과육이 아주 달콤해서 그대로 먹기에도 좋았습니다.

여름을 견디며 열매를 키워가고 있는 샤인머스켓

딸을 기다리며 남겨둔 포도

추석을 맞아 딸이 기차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남편은 여름 내내 마당에서 거둔 수확물을 딸에게 이야기하며 자랑하기 바빴고, 이번에는 딸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남겨둔 포도를 함께 수확했습니다.

추석에는 집에 과일이 여럿 모이게 됩니다.
맛있게 익은 포도가 다른 과일에 밀려 잊히기 전에, 남은 포도로 절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당에서 따온 포도를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알알이 손질해 만든 샤인머스켓 절임

수확한 샤인머스캣

포도 손질은 손 끝이 야무지고 섬세한 딸이 맡았습니다.
포도알을 하나씩 떼어 씻고 반으로 가른 뒤, 꼬치로 씨를 모두 발라냈습니다.
작은 포도알을 일일이 손질하는 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습니다.

씨를 제거한 포도는 소독해 둔 병에 담았습니다.
포도 자체가 달아서 설탕은 손질한 포도 무게의 절반 정도만 넣었습니다.
레몬즙도 조금 더해 절임을 완성했습니다.
이번에 만든 비율은 우리 집 포도의 단맛에 맞춘 것으로, 포도의 상태와 취향에 따라 설탕 양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병에 담긴 포도를 보니 오래 기다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절임이 충분히 익지 않았을텐데도 조금 덜어 에이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포도절임 두 스푼으로 만든 에이드

유리잔에 포도절임 두 스푼을 담고 얼음을 넣었습니다.
여기에 탄산수를 붓고 레몬즙을 약간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당에서 따온 애플민트 잎 두 장을 올리니 우리 집 샤인머스켓 에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포도도, 잔 위의 애플민트도 우리 마당에서 자랐습니다.
딸이 한 알씩 씨를 발라 만든 절임이라 한 잔을 만드는 과정까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성장을 멈춘 듯 보였던 포도나무가 올해는 열매를 내주었습니다.
포도 나무를 선물해 주었던 지인에게 차와 케잌 쿠폰을 감사 선물로 보내면서 포도 소식을 전했더니 너무 반가워 했습니다.
내년에는 포도가 더 넉넉하게 열려 함께 나눠먹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이사 오던 해 받은 작은 선물이 5년 뒤 추석, 가족이 함께 만든 포도에이드 한 잔으로 돌아왔습니다.

완성된 샤인머스캣 청과 조금 성급하게 만들어 먹은 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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